
Waterfall - 3D Work
Yeo Dong Hun Exhibition
가현 아트 갤러리 개관기념전
여동헌 입체판화전
2022 . 8. 15 ~ 10. 31
Opening 2022. 8. 26 (18 : 00)
여동헌의 작품을 처음 보면,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포착하고 재빠르게 담아내려는 시도가 보인다.
그는 그 무엇도 놓치지 않으려하는 팝 아티스트다.
그는 팝아트의 선구자이자 전문가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을 연구하였다.
리히텐슈타인은 대중문화에서 사용하는 접근 방법에 이미지들을 추가하여 추상표현주의의 개념을 팝아트에 결합시켰다.
여동헌의 작품 또한 이러한 개념이 존재한다. 그의 작품들의 강렬함과 아름다움은 한 발짝 멈추어 바라보게 하며,
예술이 어떻게 우리를 연결시켜 주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리히텐슈타인 또한 여동헌 작가의 이런 실험적인 접근을 자랑스럽게 여겼을 것이다.
위엄찬 폭포 시리즈 속 행진하는 사람들은 마치 장난감들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구름과도 같은 노란색 토네이도 속, 위험한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듯 운송수단들과 길게 늘어선 사람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압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 놀라운 예술가는 혼잡한 우리네 세상을 다시 바라볼 수 있게 하며,
또한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변화하고 싶은 욕망의 길로 인도한다. 우리는 언제나 방안을 찾아내 상황을 반전시킬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극도의 세심한 묘사 속 다채로운 색채와 복잡한 구도로 우리를 매료시키고
혼란과 걱정에서 벗어나 삶을 즐기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Ana Rendich, artist, USA

Welcome to Paradise - Waterfall
Pigmentprint layer piece 2022 86.2 x 59cm , 58.5 x 40cm

여동헌의 낙원으로의 초대
WELCOME TO PARADISE
최승훈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크기와 비례가 무시된 색색의 꽃과 나무들, 수많은 동물들과 과일들과 꽃들 그리고 공존할 수 없는 동물들이 함께 노닐고, 상상의 나무들과 꽃이 가득 피어있는 아름다운 마을들의 모습 등 강렬하고 밝은 원색과 단순한 도상으로 나타나는 이 평화로운 낙원의 모습이 여동헌의 세계이다.
여동헌의 작품을 대할 때면 언제나 흥미진진하고 시각적 즐거움이 웃음과 함께 저절로 찾아온다. 이것이 그의 작품에서 지속되는 가장 큰 특징이며 그가 뚜렷이 인식하고 연구하고 있는 작품관이기도 하다. 그의 생각은 현학적이거나 애매모호하지 않다. 단순명쾌한 그의 생각에서 건강과 솔직함을 확인하며 이를 위한 미술의 기능을 생각하게 된다.
여동헌은 1996년 한국판화미술진흥회의 신진작가 공모형식인 BELT'96으로 첫 개인전을 개최하게 된 후 입체판화(3D Serigraphy) 기법으로 화단에 데뷔를 했다. 판화라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목판, 동판, 석판이 주류를 이루는 아카데믹한 성격의 것과 비교해 보면 여동헌의 이 기법은 매우 독특한 것이다. 우선 세리그라피를 주 기법으로 사용한 점도 예사롭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단순한 평면작업이 아닌 점에서 구분되는 것이다.
그가 이 기법을 즐겨 사용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이 칼라를 올릴 수 있는 장점에 착안하였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에서의 이 강렬한 색채는 깊이의 구축, 형태의 데포르메이션, 흥미진진한 소재와 함께 그의 그림을 규정하는 주요한 특징이다.
먼저 입체 공간의 문제를 살펴보면 세리그라피로 여러 장의 판면을 제작한 후에 그것들을 미리 만들어 놓은 등고선 형식의 설계도를 따라 오린 후에 다시 재조합한다. 이러한 부조형식의 작업에서 겹겹히 쌓아올려진 화면들은 기존의 판화의 개념과는 전혀 새로운 장을 연 셈이 된다. 이 작업은 회화와 입체 그리고 데쿠파쥬(découpage)기법을 차용한 멀티플의 성격을 모두 점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여러 겹으로 겹쳐가며 깊이를 형성하였지만 다른 회화에서와 다른 점은 깊이를 시각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착시(trompe l'oeil)를 이용한 여하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단지 면의 간격을 일정하게 띠우는 것으로 그 깊이는 다분히 촉각적이라는 점이다.
이 촉각적 공간은 벽면에서는 종단면의 구성으로 표현하고 이 단면들은 한 작품 안에서도 부분 부분에 따라 다른 간격과 흐름을 적용하는 변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화면은 경직된 구성의 위험에서 벗어나 작가만의 독창적 공간으로 생명을 지니게 된다.
테이블 식으로 한 작품에서는 형태를 일정하게 단계별로 오려서 붙이는 방식과 달리 여기저기 임의로 위치 선정하여 이미지를 세팅하는 것으로
이 기법을 여동헌만의 고유한 표현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향후 이 방식의 기법 개발이 기대된다.
이러한 작업 활동은 또한 '미디어시티 서울2000', '어린이 미술관 벽화제작', '아트메트로-2002 FIFA 월드컵 열차 설치(서울지하철 6호선)' 등의 작업으로 이어지며 작업 영역을 넓힌다.
수년간의 프랑스 생활 후의 2005년에 인사아트센터에서의 개인전에서는 「폭포」, 「펭귄」, 「산 」의 3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전시하였을 때,
큰 변화를 드러내었는데, 그것은 바로 판화가 아닌 회화작업을 선보인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도 여동헌의 특징인 평면적 채색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었다.
원근법이나 명암법 등을 사용하지 않고 물감도 튜브에서 짠 그대로 섞지 않고 바른 듯 채도가 높은 색상들을 구사하고 있다.
평면적으로 처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강렬한 색상은 그 웨이브의 역동적 형태와 더불어 마치 물감의 뻑뻑한 점성이 느껴지는 듯하며
고유한 물성을 드러내며 흘러내리는 듯한 강한 느낌을 갖게 됨은 경이로운 시각적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전시에서는 또 다른 시도가 우리를 기다린다.
이전의 작업 WELCOME TO PARADISE 시리즈가 숲과 하늘을 바탕으로 갖가지 나무들과 동물들, 꽃들 집들을 한 화면에서 다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그것들을 하나하나씩 해체해 보는 방식을 시도한다.
동물, 꽃들 과일 등의 소재별로 한 화면에 한 소재만을 구분하여 다룸으로써 그 소재를 치밀하게 조명해 보는 방법이다.
이러한 시도에 대하여 여동헌은 “이미 등장한 수많은 캐릭터들에게 하나의 작품으로 나름의 생명을 넣어주려는 의도도 있고 그것들의 연구를 통하여 좀 더 발전적인 낙원의 모습을 연출하려는 계획도 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 이렇게 소재별로 나누고 다시 재구성하는 과정은 반복될 것이어서 여동헌이 확신을 갖는 미술은 쉽고 밝고 즐거운 것이지만
이를 위해 작가가 걸어갈 과정은 결코 쉽거나 늘 즐겁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다시 웃게 된다.
앞으로 여동헌이 개발하는 다양한 낙원 구경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그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